중고자전거 나에게로 / 자전거와 함께 덴마크 기차(S-tog) 타기 / 갓 태어난 신생아 10일차

어제는 지난주에 예약했던 중고 자전거 거래를 하러 Langgade 역으로 갔다. S-tog A/E 라인만 타보다가 C 라인은 처음 타봤다. Ume를 갈때 내렸던 Dybbølsbro 역에서 내려 C 라인으로 환승해 세 정거장을 더 가면 도착이었다. 돌아올 땐 자전거를 끌고와야 하니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자전거를 세워놓는지 유심히 봐놓았다.

Dybbølsbro 가기 전 코펜하겐 중앙역 (København H). 여기 예쁘다. 뭔가 해리포터같아.

자전거를 받고 S-tog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S-tog에는 문에 자전거가 그려진 몇몇 칸이 있다. 한 대에 2-3칸 정도 있는 듯. 그 자전거 칸에는 간이 의자가 줄지어 있고, 그 건너편에는 자전거 거치대가 있다. 거치대에 뒷바퀴를 끼우고 옆이나 건너편 간이 의자를 펴고 앉으면 된다. 내 자전거가 좀 불안정하게 세워져있는 것 같아서 옆에 앉아서 잡고 있었는데, 나보다 더 흔들리는 자전거 주인들도 아무렇지 않게 건너편에 앉아있어서 나도 맘놓고 앉아서 편하게 올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지하철 제일 끝 칸에 가서 자전거 옆에 서서 잡고 있어야 했던 걸 기억하면 정말 편리하다. 덴마크가 워낙 자전거를 많이 타서 그런지 제도가 정말 잘 되어있는 것 같다.

번외로, S-tog의 각 칸 출입문이 있는 곳에는 넓은 공간이 있어 유모차를 둘 수 있고, 어떤 칸은 quiet zone 이라고 해서 정말 조용..히 갈 수 있다. S-tog의 일반 칸 좌석은 서로 마주보게 되어있어서 사람들이 맥주도 들고 타고 (moderate 수준의 음주는 허용된다고 반대쪽 출입문 옆 안내문에 적혀있다. 신선한 충격)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이동하는데, 조용히 가고싶을 땐 quiet zone을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

<다음날>

오늘 자전거를 타고 야심차게 주변 자전거 수리점을 가보려고 했는데, 자전거가 생각보다 너무 크다. 이게 안장을 낮출래도 바퀴가 너무 높아서 제일 낮은 안장 높이가 내 골반보다 높다. 한국에서는 내 다리가 짧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이걸 어떻게 다리를 올려서 타라는건지…

예의있게 실례하기

덴마크의 자전거 도로는 정말 잘 되어있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 표시가 사라지고 갑자기 차도와 합쳐지는 곳도 많고, 또 차량용 신호등과 함께 들어오는 자전거용 신호를 한국 면허도 없는 내가 알아보기가 정말 어려웠다. 여기 사람들은 대강 차도 갓길에서 잘 타는 것 같던데. 일단은 집 앞 마당에서 자전거에 안정적으로 올라타기 부터 연습하고.. 덴마크 자전거 안전 수칙 같은걸 좀 공부하고 자전거 생활을 시작해야겠다.

밖을 나서보니 날씨가 정말 좋고 – 쨍한 햇살과 선선한 공기, 산들바람 – 곳곳에 있는 잔디밭도 정말 푸르다. 사람들은 여유롭게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고, 러닝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각자의 길로 향한다.

이곳에 도착한 10일 동안 나는 충분히 이곳에 잘 적응했다고 생각했다. 집도 잘 구했고, 장도 잘 보고, 삼시세끼를 잘 해먹으니까. 그리고 무려 자전거도 구했는걸!

하지만 높은 자전거에 어떻게 올라타야 하는지 몰라서 다리를 올리려다 실패하고 (민망해서 심리적 타격이 좀 컸다), 우리 집에서 5분을 벗어나니 길을 몰라 주변을 헤매고, 무섭고. 이런 나와 대비되는, 너무나 여유롭게 이 낯선 곳을 누리는 사람들을 보니 나는 여기서 정말 이방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도 이런 마음을 말하니, 자기도 아직 가게에 들어가면 쭈글해진다고, 자기도 무섭다고 했다. 우리는 아직 이 곳에 태어난지 10일차인 신생아인 거라고.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 천천히 적응해가자고.

생각보다 용감하게 이 먼 땅에 착륙했다는 자각이 이제야 든다.

남편아 천천히 잘 해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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