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지난주에 예약했던 중고 자전거 거래를 하러 Langgade 역으로 갔다. S-tog A/E 라인만 타보다가 C 라인은 처음 타봤다. Ume를 갈때 내렸던 Dybbølsbro 역에서 내려 C 라인으로 환승해 세 정거장을 더 가면 도착이었다. 돌아올 땐 자전거를 끌고와야 하니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자전거를 세워놓는지 유심히 봐놓았다.

자전거를 받고 S-tog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S-tog에는 문에 자전거가 그려진 몇몇 칸이 있다. 한 대에 2-3칸 정도 있는 듯. 그 자전거 칸에는 간이 의자가 줄지어 있고, 그 건너편에는 자전거 거치대가 있다. 거치대에 뒷바퀴를 끼우고 옆이나 건너편 간이 의자를 펴고 앉으면 된다. 내 자전거가 좀 불안정하게 세워져있는 것 같아서 옆에 앉아서 잡고 있었는데, 나보다 더 흔들리는 자전거 주인들도 아무렇지 않게 건너편에 앉아있어서 나도 맘놓고 앉아서 편하게 올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지하철 제일 끝 칸에 가서 자전거 옆에 서서 잡고 있어야 했던 걸 기억하면 정말 편리하다. 덴마크가 워낙 자전거를 많이 타서 그런지 제도가 정말 잘 되어있는 것 같다.




번외로, S-tog의 각 칸 출입문이 있는 곳에는 넓은 공간이 있어 유모차를 둘 수 있고, 어떤 칸은 quiet zone 이라고 해서 정말 조용..히 갈 수 있다. S-tog의 일반 칸 좌석은 서로 마주보게 되어있어서 사람들이 맥주도 들고 타고 (moderate 수준의 음주는 허용된다고 반대쪽 출입문 옆 안내문에 적혀있다. 신선한 충격)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이동하는데, 조용히 가고싶을 땐 quiet zone을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
<다음날>
오늘 자전거를 타고 야심차게 주변 자전거 수리점을 가보려고 했는데, 자전거가 생각보다 너무 크다. 이게 안장을 낮출래도 바퀴가 너무 높아서 제일 낮은 안장 높이가 내 골반보다 높다. 한국에서는 내 다리가 짧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이걸 어떻게 다리를 올려서 타라는건지…

덴마크의 자전거 도로는 정말 잘 되어있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 표시가 사라지고 갑자기 차도와 합쳐지는 곳도 많고, 또 차량용 신호등과 함께 들어오는 자전거용 신호를 한국 면허도 없는 내가 알아보기가 정말 어려웠다. 여기 사람들은 대강 차도 갓길에서 잘 타는 것 같던데. 일단은 집 앞 마당에서 자전거에 안정적으로 올라타기 부터 연습하고.. 덴마크 자전거 안전 수칙 같은걸 좀 공부하고 자전거 생활을 시작해야겠다.



밖을 나서보니 날씨가 정말 좋고 – 쨍한 햇살과 선선한 공기, 산들바람 – 곳곳에 있는 잔디밭도 정말 푸르다. 사람들은 여유롭게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고, 러닝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각자의 길로 향한다.
이곳에 도착한 10일 동안 나는 충분히 이곳에 잘 적응했다고 생각했다. 집도 잘 구했고, 장도 잘 보고, 삼시세끼를 잘 해먹으니까. 그리고 무려 자전거도 구했는걸!
하지만 높은 자전거에 어떻게 올라타야 하는지 몰라서 다리를 올리려다 실패하고 (민망해서 심리적 타격이 좀 컸다), 우리 집에서 5분을 벗어나니 길을 몰라 주변을 헤매고, 무섭고. 이런 나와 대비되는 너무나 여유로운 사람들을 보니 나는 여기서 정말 이방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도 이런 마음을 말하니, 자기도 아직 가게에 들어가면 쭈글해진다고, 자기도 무섭다고 했다. 우리는 아직 이 곳에 태어난지 10일차인 신생아인 거라고.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 천천히 적응해가자고.
생각보다 용감하게 이 먼 땅에 착륙했다는 자각이 이제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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