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이었다.

우리 집 근처에는 Lyngby Sø 라는 꽤 큰 호수가 있다. 둘레가 5km 정도 되는 것 같다. 여기 온 첫 주에 한번 그곳을 산책했는데, 해질녘에 물에 비치는 노을이 정말 아름다웠다. 잔디도 푸르고, 그 위의 오리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길이 폭신한 흙길인데다 러닝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언젠가 나도 여기 호숫가에서 러닝을 해야겠다 생각을 했다.

호수 주변에는 여러 선착장이 있다. 호숫가 주변에는 많은 별장처럼 보이는 집들이 있는데, 그 집 마당에는 모두 카누(?)가 매달려있었다. 산책로 입구의 작은 선착장을 지나 숲길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작은 개울을 건너는 다리가 보인다. 그 다리 건너편에는 큰 오두막이 있다. 그 뒤편으로는 더 길이 보이질 않았고, 돈을 내고 배를 타는 체험을 하는 곳인가 싶어서 다리를 건너보지 않고 길을 돌려 산책을 마쳤다.

오늘 날씨는 햇살은 좋지만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다. 집에서 조용히 있어야 할까 생각하다가, 문득 러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운동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남편과 호수 쪽으로 산책을 종종 했기에 오늘은 구글맵의 도움 없이 편안하게 호수 입구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입구 선착장에서 오두막까지 가볍게 달려서 도착했는데, 오늘은 그 반대쪽에서 뛰어서 다리를 건너오는 사람을 마주쳤다. 분명히 뒤쪽에 길이 보이지 않았는데 무슨 일일까, 하며 처음으로 다리를 건너 보았다. 작은 길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었는데, 그 중에 오두막 뒤편으로 호수를 끼고 굽이 도는 작은 길이 있었다. 한번 가보자! 하며 뛰어갔는데, 코너만 돌고 나니 또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내가 있었던 입구 부터 오두막 사이 길은 호수의 한쪽 면만 보는 곳이었고 주변의 나무와 잔디밭이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이 코너 역할을 했던 오두막을 돌고 나니 이 호수가 엄청나게 멋진 굴곡을 가진 호수였구나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서 호수에는 파도가 치고 있었고, 길 중 어떤 부분은 물로 덮여 있기도 했다. 심지어는 길 건너편에 생긴 웅덩이에 청둥오리 한마리가 들어와 헤엄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유모차 또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고, 러닝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입구에는 없었던 낚시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경치를 감상하며 계속 뛰어가다보니 점점 다리가 아파왔다. 그 전까지는 호수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생각해 가벼운 러닝 코스라고 생각했는데, 절반도 다 돌지 못했는데 벌써 30분이 지나가 있었다.

또 다른 코너를 돌아 가보니 호수의 양쪽 테두리가 가깝게 만나는 곳이 있었고, 그 사이를 큰 다리가 연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호수가 두 갈래로 나눠지는 곳이 있었다. 아직 덴마크에 내가 무슨 목적으로 온 걸까, 어떤 길이 나에게 준비되어 있을까 감도 잡지 못했지만, 어쩌면 이 아름다운 광대한 자연 속에서 해방감과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나에게 주어진 의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정말 많이 의식하고, 내 생각을 항상 검열하는 사람이다. 오늘 러닝의 초반에도, 내 아웃핏이 여기 사람들이 입는 거랑 다르네, 속도가 너무 느린데 숨을 크게 헐떡인다고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까, 어머 나만 아시안이네, 이런 생각이 내 머리에 가득했다. 그런데 호숫가의 코너를 돌아 새로운 시야에서 이 호수를 즐기는 동안 “사람 시선이 아니라, 세상 기준이 아니라, 나만 봐라” 하고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호수가 갈라지는 경계 너머에도 가보고 싶어서 그 다리를 건너 보았더니 파도 때문에 길이 물에 잠겨있어서 그 다리를 반환점으로 같은 길을 돌아왔다. 같은 길로 돌아오며 같은 장소를 보는데도, 호수 쪽에 정신이 팔려 그 길 반대편에 얼마나 멋진 건물들이 있었는지를 그제서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두막에 가까이 오면서 입구 쪽 산책로와 잔디밭을 새로운 시야에서 보게 되었다. 여전히 아름다웠고, 이쪽에서 보는 게 오히려 더 아름다웠다.

요즘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된다. 오늘 그 오두막 건너편에서 다리를 건너오셨던 분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 너머를 가볼 생각도 못 해봤을 것 같다. 그렇게 그 너머를 가보았을 때 같은 호수를 보는 내 시야가 얼마나 달라졌던지. 그리고 그 너머에 다녀오면서 내가 있었던 그 시작점을 봤을때 그곳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더 넓은 시야에서 알아챌 수 있었다. 먼저 미지의 세상을 경험해 본 사람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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