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ørreport 나들이 (Rosenborg Slot) / 부활절이 국가 공휴일이라니 / 내게 정통 한식이란 양념치킨과 떡볶이다 – 코펜하겐 한식 레스토랑 ‘코판(KOPAN)’

덴마크는 국가 종교가 기독교(루터교)여서 그런지, 그동안 교회 안에서만 의미있게 지켜왔던 고난주간, 성 금요일, 부활절 이 기간이 긴 연휴라고 한다. 실제로 4/2(목)-4/6(월) 4일간 법정 공휴일이었는데 확실히 주거 지역인 우리 동네는 정말 조용해지고 코펜하겐은 정말 붐볐다. 보통 요때 전후로 휴가를 써서 2주 정도 쉬고 온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4/2 Maundy Thursday (피의 목요일), 4/3 Good Friday (성 금요일), 4/5 Easter (부활절), 4/6 Easter Monday (<-이건 뭐니)

그동안 남편은 새 직장에 적응하랴, 나는 구직 준비를 하랴 집에 딱 필요한 가구 – 침대, 옷장, 식탁, 의자 – 만 구비하고 나서 곧바로 일에 몰두했는데, 그러다보니 코펜하겐 시내를 놀러다니는 시간을 거의 갖지 못했다. 이번 연휴에는 우리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을 가보자 하면서 계획을 세웠다.

Nørreport가 코펜하겐 중심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여러 가볼만한 곳 – 박물관, 미술관, 식물원, 공원, 성, … – 이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우리는 야심차게 덴마크의 Rosenborg Slot (Rosenborg castle)과, 그 근처에 있는 큰 식물원인 Botanisk Have (Botanical Garden)을 가기로 계획했다. (근데 오후 날씨가 추워져서 성만 들르고 식물원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여기 덴마크는 하루 사이에도 왜 이렇게 날씨가 오락가락한지.)

보통 우리 집에서 번화가인 Nørreport로 가려면 S-tog A/E 라인을 타고 한번에 갈 수 있다. 그런데 목요일에 길을 나서려고 구글맵에 기차 도착시간을 보는데 갑자기 처음 보는 버스 (184번)을 타고 40분 정도를 가라고 추천해주고, 아니면 E라인을 타고 중간에 환승을 해서 Re 라인으로 갈아타라는 거다. 이상하다… 이러고 일단 한번에 가는 버스를 타러 가봤다. 사람이 정말 정말 많이 탔다. (중간에 할머니들이 많이 타셨는데 여기는 어르신들도 건장하셔서 그런지 먼저 자리를 양보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신기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부활절 연휴를 맞이해 철도 노선들이 정비 작업을 거쳐야 해서 노선이 좀 바뀌었다고. 그래서 사람들이 버스로 많이 몰린 것 같다.

Rosenborg 성에 도착하니 입장하려면 티켓을 사야 한다고. 온라인으로 예매하면 10% 정도 할인해준다고 해서 팻말에 있는 링크를 타고 예매를 했다 (인당 140DKK 정도 나온듯). 그런데 입장할 수 있는 시간 슬롯이 20분 간격으로 정해져 있어서, 우리는 11시에 도착해서 가장 빠른 시간인 11:40분 입장권을 샀다. 그동안 밖에서 날씨를 즐기면서 정원에서 사진을 찍었다. 네모 반듯하게 정원이 멋지게 꾸며져 있었고, 그 옆에 잔디밭에는 큰 버드나무가 서있었다. 주변에는 벤치가 많아서 가족끼리 삼삼오오 앉아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로젠보그 성 구경을 마치고 배가 고파져서 주변 식당을 찾아보았다. 며칠 전부터 양념치킨이 너무너무 먹고싶어서 남편에게 양념치킨양념치킨 노래를 불렀었는데. 근처에 KOPAN(코판)이라는 한식 레스토랑이 있었다!

안에 들어가보니 오묘했다. 다양한 인종의 직원 분들이 계셨고, 매장 배경음악으로는 카더가든과 백예린이 나오고 있었고, 냉장고에는 코카콜라, 덴마크 음료들과 함께 참이슬과 자몽 소주가 채워져있었다. 외국에 와서 외국 사람들이 운영하는 한국 문화를 한국인이 소비하고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대표메뉴는 불고기 덮밥인 듯 하나, 우리는 양념치킨을 목표로 하고 왔기에 떡볶이와 치킨이 사이드로 나오는 콤보 메뉴와 남편이 좋아하는 잡채밥을 주문했다.

가장 중요한 맛은?

맛있었다. 물론 한국의 처갓집..(그리워요) 페리카나.. 교촌…(비싸지만 그립긴해) 등에서 파는 양념치킨들의 자극적인 맛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양념치킨은 아주 살짝 매콤한 맛 (음 비교하자면 스윙칩 맛 정도랄까)과 달달한 맛의 조화가 괜찮았고, 튀김옷도 바삭하니 괜찮았다. 다이어트 할때 제일 먹고싶고 코치님께 가장 혼나는 찐득한 양념맛을 잘 구현했다고 생각이 든다. 떡볶이도 쌀떡으로 해서 아주 만족스러웠고, 잡채밥은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맛이었다. 다음에 양념치킨이 필요할 때 또 올 것 같다. 특히 치킨 사이드에 나오는 치킨 무 (메뉴판에는 Moo 라고 나와있어서 좀 웃겼다)가 정말 괜찮았다. 살짝 생강?이 첨가된 맛인데 먹고나니 입이 깔끔해져서 진짜 좋았다.

가격은 메뉴 당 ~170-190 사이였던 것 같다. 여기 외식 물가로는 노말한 수준. 식사를 하면서 한국 노래를 듣는데 정말 기분이 묘했다. 우리가 식사를 마치고 나니 덴마크 모녀처럼 보이는 분들이 들어오셨는데, 한국인이 원체 적기도 하지만 현지인들의 입맛에 잘 맞춰서 매운맛을 조절하고 깔끔한 맛을 낸 것 같다고 생각이 든다.

포스트를 쓰면서 든 생각. 난 역시 먹을 것 이야기할때 제일 신나는 것 같다. 로젠보그 성은 아직 쓰지도못했다. 큭.. 아빠 유전자가 어디 안가는구만 (아빠는 역사 이야기도 좋아하는데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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