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적같이 찾아온 서머타임 / 고난주간 / 내가 김치를 그리워하게 될줄이야

오늘은 주일! 아침에 일어나 폰을 확인해보니 아침 아홉시였다. 최근에는 일곱시까지 잘 수 있게 되어서 행복했는데 (지난 주 암막 커튼을 치기 전에는 일출과 함께 다섯시 반에 일어났었음) 오늘 아홉시까지 자다니 좀 많이 잤네 생각했다. 거실에 나와보니 벽시계와 스피커 디지털 시계는 여덟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알고보니 오늘 (3/29)부터 10월까지 덴마크의 서머타임이 시작되었단다. 내 한시간은 어디로 사라진건데! 생각해보니 지난주 주일에 목사님이 시계 한시간씩 당기는 거 잊지 말라고 했던 거 같다.

FIBC의 예배는 참 좋았다. 찬양 가사들이 참 좋고, 설교 내용으로 잘 인도하는 고백들이었다. 설교 말씀은 신선한 각도로 본문을 다시 읽게 했다.

[Lk 22:42-44, ESV]
42 saying, “Father, if you are willing, remove this cup from me. Nevertheless, not my will, but yours, be done.”
43 And there appeared to him an angel from heaven, strengthening him.
44 And being in agony he prayed more earnestly; and his sweat became like great drops of blood falling down to the ground.

예수님이 감람산에서 고통스러워 하며 기도하신 것을 다시 조명했는데, 그분이 받으신 가장 큰 고난은 채찍질과 십자가에 못박힘이 아닌, 모든 인류의 고통과 슬픔, 악함과 약함, 죄로 인한 모든 억눌림을 마주하며 감당해야 했던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한 사람이 그 인생에 있었던 비참한 순간들로 인해 평생토록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생각해 보라고. 그분은 이 모든 인류의 고통을 모두 지고 가셨고, 그분이 그 고통을 지심으로 우리 각 사람이 그 비참함에서 자유함을 얻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듣고 나니 정말 오랫만에 예수님께 사랑한다고 고백할 수 있었다. 그동안 덴마크에 처음 와서 정착하면서 내 마음은 “실수하지 말아야지, 잘 살아야지, 근데 어떻게 하는게 잘 사는거지? 어떻게 해야 하나님 앞에서 벗어나지 않는걸까?”에 매몰되어 있었던 것 같다. 오늘 주일을 보내면서 새삼 나는 큰 사랑을 받은 자구나, 나에겐 값진 자유가 주어졌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마무리 찬양 Hillsong의 Calvary가 참 좋았다. 앞으로 2-3주 정도 더 참석하고 등록을 해볼까 한다. 처음 교회에 온 사람들을 일으켜세워서 자기소개를 하는 전통이 있다고 하는데 시실 지난주에 처음 참석했을 때 부끄러워서 남편과 눈짓으로 일어나, 말아, 하다가 시간이 지나갔는데, 그냥 등록하는 주에 대충 일어나서 인사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신중한 코리안이군 하고 적당히 이해해주길 바람..

번외로, 예배 드리는 동안 옆의 외국인들(사실 이제는 내가 여기에서 외국인(?)인데 말이다)이 자꾸 신경쓰였다.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은 내 고질병인것 같다. 옆에 앉은 사람(캘리포니아에서 온 자매님이었다)이 나와 남편에게도 말을 걸어 주었지만, 짧은 대화가 끝나면 자기들끼리 이야기로 돌아가게 되니 좀 겉돌고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같은 찬양 가사를 같이 고백하고 같은 성경 본문과 설교에 반응하는 것이 참 신기했다. 하나님은 유니버셜한 분인데 내가 너무 로컬 마인디드 코리안이라.. 이런 어색함과 사람을 신경쓰는 것도 점점 익숙해지면서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예배가 마치고 배가 고파서 근처의 케밥집에 들어갔다. 찬은 케밥이 유럽의 대표 음식이라고 했다. 원래 터키 음식이지 않냐 물었지만, 독일 학회에 있을 내내 점심은 케밥이었다고… 경험상 유럽 음식인가보다. (근데 진짜 우리 집 근처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케밥 집이 정말 많다. 여기 길 건너 맞은편에는 King of kebobs 라는 집이 또 있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 케밥 130dkk, 피자 90dkk해서 약 5만원 정도를 썼다. 첫날 이삿짐을 풀고 탈진해서 들어갔던 근처 브런집에서 인당 170dkk를 쓴걸 생각하면 감사한 가격이다. 그동안 삼시 세끼를 집에서 해먹다가 오랫만에 외식하는 것도 좋았다. 감튀가 케밥에 같이 나왔는데 정말 맛있었다. 피자도 도우가 바삭하고 좋았고.. 우리가 주문한 케밥이 옆에 Extreme hot! 이라고 주의 문구가 있어서 아주 반가운 마음으로 시켰는데 진짜 하 나 도 안 매웠다. 익스트림 핫이라고 했으면 좀 더 매워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것도 너무 한국인 마인드인가보다 아직.

창가에 앉아 케밥을 먹는 동안 바람이 심상치않아서 원래 가기로 했던 아시안 마트에 가는 걸 미룰까 했지만 코트 안에 미리 준비해 온 핫팩을 배에 붙이고 나니 아주 든든해져서 한번 가보자! 하고 출발했다. (여기 사람들이 좀 멋지게 옷을 입는거같아서 코트를 야심차게 입었는데 & 그리고 아침에 집에 햇살이 많이 들어와서 따뜻한줄 알고 내복을 벗었는데 오후가 되니 넘 추웠다. 핫팩 없었으면 큰일날뻔..)

대전에서 짐 쌀때는 항공편으로 짐 부치는 무게가 너무 제한적이라 “가서 다 판다는데” 하고 김치를 안 싸왔다. 그리고 적당히 샐러드를 해먹으면 식사도 안물리고 괜찮지않을까 싶었는데, 딱 일주일이 지나니 김치찌개와 김치볶음밥을 먹고싶었다.. 난 어쩔수없는 코리안이었던거지.. 팔긴 하지만 비싸긴 하다. 몇번 사먹고 나서는 아마 내가 김장을 하지 않을까 싶다.. 김치냉장고가 그립네…. 덴마크는 김치냉장고가 없어 아빠…

다음주는 남편이 첫 출근을 한다 (화이팅!) 한국인 오픈카톡방에서 구한 중고 자전거 거래도 있을 예정이다. Nørreport-Lyngby를 오가던 생활에서 반경이 더 넓어질 것 같다. 목요일부터 부활절 연휴가 시작되는데, 왕립도서관도 가보고, 식물원, Tivoli도 가봐야지. 그리고 햇살 좋을때를 대비해서 선글라스도 사고, 러닝도 시작할거다. 무엇보다 포닥 지원과 논문 작업을… 열심히 해야제..!

Ume를 다녀오고 집에 도착해서 혹시나 하며 우편함을 열어봤는데, yellow card (건강보험증)가 도착해 있었다! (저 종이 아래쪽에 카드가 붙어있음)
덴마크에서 받아들여지고 있군, 남편아. 내 비자는 언제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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